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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님 |돌고래 출판사 대표, 24년차 편집자




김희진 “돌봄의 가치를 알릴 단어가 필요해요”

 

출판사 ‘돌고래’를 창업한 김희진 대표는 24년차 편집자, 초등학교 6학년생 딸아이를 키우는 양육자이다. 영문학과 비교문학을 공부한 후 출판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돌베개 출판사를 거쳐 민음사에서 인문교양 브랜드 ‘반비’를 만들고 반비에서 첫 책이 나온 직후 임신해 1년도 안 돼 출산휴가에 들어갔다. 만삭의 몸으로 출산 전날 새벽 1시까지 일했던 편집자 김희진은 2020년 봄 퇴사했고 2022년 9월 돌고래 출판사라는 이름이 박힌 첫 책을 출간했다. ‘돌봄’이라는 단어는 출판인으로서도 양육자로서도 그에게 가장 중요한 의미다. 

 

책장, 텍스트, 실내, 책이(가) 표시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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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더 잘하는 사람이 되었다

 

창업 전 편집자로만 일할 때, 첫 책 『돌봄 인문학 수업』을 쓰셨어요. 

 

아이가 태어나고 계속 기록을 해왔어요. 본격적으로 원고를 쓰기 시작한 건 2017년이고요. 2019년에 『돌봄 인문학 수업』을 출간했죠. 이 인문서는 ‘돌봄 인문학 독서 모임’ 덕분에 나온 책이에요. 2014년 딸아이가 3살 때 이 모임을 만들었는데 2021년까지 계속해오다가 코로나를 겪고 출판사 차리느라 요즘은 못 만나고 있어요. 구성원들이야 워낙 아이를 같이 키우는 동료들이 되었기 때문에 종종 연락도 하고 만나기도 합니다. 처음 이 독서모임을 만들 때부터 목적이 분명했어요. 양육자들의 경험을 서로 공유하고 그 언어들을 기록하려는 것이요. 아기를 돌보는 일상에서 깨닫게 되는 소중한 통찰들이 너무 많은데 엄마들끼리 수다 떨고 사라져버리게 두지 말고, 다양한 인문학 책들을 참고도서로 읽으면서 그 도움을 받아 우리 경험도 최대한 보편적인 언어로 표현해보고 싶다는 바람이었어요. 물론 아기들이 어려서 엄마들이 마음 편히 혼자 나와서 책 읽고 이야기 나누기는 어려웠고요. 그래서 여러 기관에서 지원을 받아 엄마들이 책을 읽을 동안 아이들은 옆에서 돌봄 선생님들과 함께 숲 체험도 가고 미술 놀이도 했어요. 

양육자로 보내는 시간에 글을 꾸준히 쓰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처음 아이를 키워보는 거니까 뭐든 게 새롭잖아요. 생활 환경도 동선도 바뀌니 너무 힘들었어요. 그리고 그 어려움 속에서도 굉장히 강도 높은 행복감이나 기쁨도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혼란스러웠고요. 그래서 책에도 썼지만 정말로 “미치지 않으려고” 기록 차원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나는 힘든데 왜 이렇게 힘들까? 내 환경과 조건이 문제일까? 마음이 문제일까? 어떤 것들이 양육자로서의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정리해보고 싶었어요.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요?

 

불안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보통 시험을 볼 때 시험공부를 한 다음에 시험을 보잖아요. 시험 범위를 알고 미리 준비를 하죠. 열심히 하면 성적을 잘 받을 수 있고요. 그런데 양육은 이전까지 제가 훈련받고 교육받았던 활동과는 너무나 다른 종류의 일이었어요.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양육에 관해 배운 적도 없고 주변에서 볼 기회도 없었어요. 요즘엔 형제가 적고 대부분 핵가족이니까요. 아무런 준비를 못하고 아이를 낳았는데 이 시험을 보는 기간이 무한대, 최소 20년인 거예요.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당시에 온갖 양육서들을 보면서 미친듯이 공부를 하기도 했는데 결국은 아이를 키우는 일이 그렇게 시험 성적을 내거나 일에서 성과를 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어요. 너무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죠. 초기 3년까지는 제가 양육을 너무너무 못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불안감이 아이를 키우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어요. 

 

신생아를 키울 때는 불안이 정말 크죠. 소통이 안 되니 아기가 어디가 아픈지를 예측하기도 어렵고요. 

 

아이를 낳고 보니 알겠더라고요. 그 전의 나는 굉장히 멸균된, 정리정돈이 잘 된 사회에서 계속 살아왔다는 걸요. 아기가 이렇게 소란스럽고 시끄러운지는 미처 몰랐어요. 우리 사회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이런 모습들을 계속해서 감추고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는 태도를 강요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요. 그러니까 사회 구성원의 표준을 굉장히 편협하게 상정해놓고 그 틀에 들어맞지 않는 사람들은 배제하는 시스템이더라고요.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 저도 이런 시스템에 순응했던 사람이었던 거죠. 말로는 다양성과 취약성에 대한 존중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것을 몸으로 체화하는 것은 정말 어렵구나 느꼈고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도 배우지 못했던 거죠. 

 

출판사에 소속되어 일하다가 창업을 하신 건, 양육과도 연관이 있을까요?

 

시간을 좀더 자유롭게 쓰고 싶었어요. 사실 아이를 낳고 나서 저는 더 많이 성장했거든요.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는데 어떤 시스템 속에 있으면 잘 발산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일을 좀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어요.


 

작년에는 창업한 출판사에서 『돌봄과 작업』 1,2권을 기획 출간했고 『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도 번역 출간했습니다모두 양육에 관한 책입니다.

 

아무래도 제 관심사가 많이 반영이 돼요. ‘돌고래’라는 출판사를 만들 때 돌고래의 특징을 생각해봤거든요. 지능이 높고 무리 지어 다니면서 소통을 잘하고 기쁘고 즐겁게 노는 데 진심인 아주 창조적인 동물이잖아요? 그런 돌고래를 본받아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돌봄과 작업』은 일과 양육을 동시에 해내는 여성들의 이야기예요. 시나리오 작가, 뮤지션, 만화가, 인터뷰어, 교수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았어요. 『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는 평전 작가인 ‘줄리 필립스’가 10년 넘게 준비하고 쓴 책으로 거의 심리전문가에 맞먹는, 인간과 삶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력과 치우침 없는 관용적 태도가 돋보이고 선배 여성 작가들(할머니들)에 대한 깊은 매료와 존중이 담긴 책입니다. 무척 공들여 만들었어요. 

 

양육자도 성장하는 값지고 풍성한 시간들

 

대중문화 속에서 워킹맘들을 소비할 때, 가정 생활과 일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묘사할 때가 많아요. 

 

아쉬운 부분이에요. 사실 우리들은 알고 있잖아요. 양육자가 되어서 얼마나 많은 역량이 생겼는지. 소통 능력, 공감 능력, 책임감, 효율성, 수용적인 태도, 겸손한 태도… 같은 것들인데요. 『돌봄과 작업 2』에서 황다은 작가님이 이런 글을 쓰셨어요. 자신이 양육 때문에 일을 쉬었을 때 그 시간은 “경력 단절의 시간이 아니라 경력 심화의 시간이었다”고요. 제 삶을 돌이켜봤을 때도 그렇습니다. 내가 잠깐 일을 쉬면 감각이 무뎌지지 않을까? 우려한 적도 있었는데요. 경험한 사람들은 알죠.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일과 가정은 단순하게 대립되는 한 쌍의 개념이 아니라, 훨씬 더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는 영역들이라는 사실을 더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애쓰는 후배들에게는 어떤 말씀을 많이 하세요?

 

사실 각자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쉽게 어떤 조언을 하기는 어려운데요. 제가 잠시 일을 쉬고 아이를 돌보는 상황이 됐을 때를 생각해보면 그 시간이 정말 값지고 풍성했거든요. 물론 그 상황에서는 느끼지 못할지 몰라도 훗날, 그 시간을 떠올리면 알 거예요. 인간의 수명이 너무나 길어졌잖아요. 그래서 단기적이고 계산적인 관점으로 어떤 결정을 하기보다는 내 마음을 잘 들여다보려고 노력하고, 그 안에서 답을 찾으시길, 답을 찾으셨다면 뒤돌아보지 말고 (불안해하거나 후회하지 말고) 그 시간을 충분히 즐기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매년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죠. 사회적인 여러 문제가 있지만 양육자 그리고 아이들에게 좀더 안전한 사회를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무엇이 필요할까요?)

 

제가 겪은 어려움 중에 불안이 가장 컸다고 말씀드렸었는데요. 사실 젊은 분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것이 단순히 돈의 문제거나 물리적인 시간의 문제 같은 게 아니거든요. 우리 사회는 뭔가 정답이 있는데 내가 그 정답대로 못 살고 있다는 불안감을 엄청나게 증폭시키는 사회인 것 같아요. 그런데 거꾸로 저는 아이를 돌보면서 삶에 객관적인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웠어요. 안전한 사회라는 것은 모든 위험을 다 계산해서 미리 아무런 사고가 나지 않도록 철두철미하게 방지하는 사회라는 뜻이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사고가 나도 서로 의지하고 도우면서 일어날 수 있도록 돕는 사회가 안전한 사회 아닌가요. 내가 나의 취약함을 보여도 괜찮은 사회요. 앞으로는 개인의 역량을 최고로 향상시키는 데 집중하는 경쟁적인 시스템보다는 이런 상호 의존적인 시스템이 필요할 것 같아요. 교육도 그런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에서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환경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서 환경 잡지를 만드는 일을 한 적도 있는데요. 아마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낳고 나서 환경의 문제를 비로소 피부에 와닿게 느끼는 경우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개인이 아무리 관심이 있어도 개인의 삶에서 할 수 있는 실천들은 한계가 있더라고요. 더블하트 같은 경우는 이런 문제에 더 예민하고 섬세하게 관심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패키징을 조금 더 친환경적으로 변화시켰다는 시도에 대해 들어본 일이 있고요. 그런 방향으로 계속 노력해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양육자, 출판인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저는 이제 아이가 많이 커서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는데요. 불안하고 걱정되는 마음에 제가 나서서 아이 일을 대신 해주기보다는 지켜보고 기다리고 응원하는 부모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내가 예상했던 뻔한 틀을 벗어난다고 해서 너무 놀라지 않으려고 하고요. 또 그런 만큼 편집자이자 출판인으로서 제 삶에 좀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늘 고민하고 있고요. 어떤 어려움들이 있어도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결국은 책을 통해 해내고 싶습니다. 더불어 제가 아이에게 했던 것처럼(하려고 하는 것처럼) 일로 만난 사람들에게도 믿고 기다려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정말 다 이루었다는 마음이 들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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