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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 오늘도 묻는다, 너는 어떤 아이니?



오늘도 묻는다, 너는 어떤 아이니?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났다고 하는데, 

주말의 어린이병원은 매일 북새통이다. 

아이를 들고 업고 병원을 찾은 부모들은 근심 가득한 표정이다. 우리 부부도 그 중 한 무리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지만(사실은 열이 펄펄 나는) 

아이를 데리고 별 수 없이 주말 북적거리는 병원을 찾았다. 

 

대기 시간이 30분을 넘어서고, 지루해진 나머지 다른 아이들의 모습을 몰래 살펴본다. 

아이들의 모습은 다 제각각이다. 

진료실에 들어가기 전부터 울면서 떼를 쓰는 아이, 

씩씩하게 본인 발로 진료실에 들어갔다 씩씩하게 나오는 아이,  

대기실을 자동차 장난감을 들고 돌아다니며 또래가 다 자기 친구인양 간섭하는 아이… 

 

다른 아이들을 바라보면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속으로는 온갖 생각이 다 떠오른다. 

저 아이는 좀 예민한가 보다, 저 아이는 무던한가 보다, 저 아이는 사회성이 참 좋네? 

그러다 정신이 퍼뜩 든다. 남들이 보기엔 누구보다 ‘순한 아이’인 우리 딸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누구보다 복잡한 속내를 갖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한 단어로 내 아이를 규정짓는다는 어려움

 

“아주 순하네. 효녀네, 효녀.”

 

두 돌이 되기 전, 우리 아기는 누가 보더라도 무던한 아이였다. 

기저귀를 하던 시절, 한 번은 카시트에서 대변을 봤다. 

그런데 멀뚱멀뚱, 집에 도착해서야 발견했다. 

깜짝 놀란 부모님과는 달리 ‘뭐 그런걸 가지고 놀라느냐’는 표정이었다. 

한 번은 자다가도 기저귀에 대변을 봤다. 

그러고도 잘 자더라… 여튼 그랬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때마다 “이런 순한 아이가 어디있느냐”고 했다.

 

그런데 차츰 말을 하고, 자기 표현을 잘 하기 시작한 뒤 깨닫게 됐다. 

우리 아이는 절대 순하기만 한 아이는 아니었다. 

참을성이 남들보다 좋긴 하지만, 속으로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결국은 참고 참다가 저녁 즈음이 되면 한 번에 울분(?)을 쏟아냈다. 

며칠 전 자기를 속상하게 했던 행동을 되새김질하며 울고 불고 난리를 치기도 했다. 

누가 봐도 ‘무던하고 순한 아이’가 아니었다. 

 

부모들에게 ‘아이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하면 아마 이런 식이 아닐까 한다. 

 

“그… 참을성이 좋아요. 좋은데, 마음속에 담아두고 한번 폭발하면 잘 달래지지 않아요. 

물론 어찌 어찌 달랜 다음 조근조근 설명해주면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는 아이죠. 

그치만 몸이 피곤하면 그런 거 없고 온갖 짜증을 부리는 아이고요…”  

 

그렇다. 

어떤 아이든 한 단어로 성격을 정의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월령이 늘어갈 수록 아이의 마음도 온갖 감정으로 수 많은 가지를 뻗어 나가고 있는 것 아닐까.

 

 

아동 심리 책을 8권이나 산건 자랑이 아닙니다

 

여느 부모가 그랬듯 우리도 아이가 태어난 뒤 온갖 육아 책을 수집했다. 

처음에는 목욕 시키는 법, 수유하는 법, 트름 시키는 법, 재우는 법, 그야말로 생존과 관련된 이야기를 탐독했다. 

그러다 차츰 아이의 마음에 대한 탐구로 옮겨 갔다. 

 

생각난 김에 그동안 사 놓은 육아 관련 책을 세어보니 모두 12권. 

그 중 ‘몸’에 대한 책이 4권이었지만 ‘마음’에 대한 책은 8권이었다. 

그 만큼 아이의 마음이 궁금했다. 

도대체 너는 어떤 아이니? 네가 너로써 건강한 마음으로 잘 자랄 수 있으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니? 

지금도 수도 없이 마음속으로 되묻고 되묻는다.

 

어쩌다가 유아 심리 관련 서적을 8권이나 사게 됐을까? 

돌이켜 보면 이렇다. 보통 18개월을 전후로 자아가 형성되기 시작하고, 

24개월에서 36개월 사이에 아이의 성격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반면 부모들은 이 시기 정체성의 대혼란을 겪는다. 

아이에게 “싫어” “안해” “아니야” 삼단 콤보를 맞고 정신이 어질해져 아이에게 화를 내고, 

뒤돌아서서 ‘나는 몹쓸 부모’라며 한탄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몇 번 씩이나. 

그럴 때마다 우리 부부는 ‘아이의 마음’을 다루는 책을 한 권씩 샀다. 그게 모두 8권이니, 지금까지 고비를 여덟 번 건넜다는 말이 되겠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의 마음을 잘 모르겠다. 

며칠 전에도 아빠를 보자마자 ‘그네’(라고 쓰고 사실을 아빠가 16kg가 넘는 아이를 들어 흔들어 드리는 중노동 되시겠다)를 태워달라고 떼를 쓰다 결국 울음이 터졌다. 

겨우 달래 이야기를 들어보니 밖에서 그네를 더 타고 들어오고 싶었는데, 

날이 어두워져 할머니가 들어가자고 하니 별 수 없이 꾹 참고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그랬는데 아빠가 외면하니 눈물이 터져버린 것. 

‘아니 원래 그네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손만 씻고 오면 태워준다고 했는데 굳이?’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 아이의 마음은 복잡하고 희한하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은 더 희한하다. 

우리 아이가 어떤 존재인지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하지만, 

동시에 아이를 어떤 단어로 규정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아이의 다양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두루두루 살필 수 있어야 한다. 

세상 어떤 공부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누구보다 우리 아이를 위해 한 번만 더 생각하고, 

어떤 모습이든 있는 그대로 너를 바라봐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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