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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9 네 존재는 위로 그 자체



네 존재는 위로 그 자체

“뱃속에서 종양을 가지고 태어나는 아기들도 있대.”

“그래?”

 

퇴근하면 아내는 늘 하루 종일 있었던 이런저런 일들을 이야기한다. 

주로 아이에 관련한 것인데 이날은 아내가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카카오 브런치에서 본 것을 전해줬다.

 

그분에게는 6살, 두 돌 된 딸이 있는데 딸이 새벽녘에 깨서 울음을 터트려 안아줬더니 숨을 잘 쉬지 못했고 

이내 숨을 거뒀다고 한다. 급히 응급실로 갔지만 ‘사인 미상’.

 

아이는 임신  26주차에 목 부위에 4cm 이상의 림프관종이 발견됐다고 한다. 그럼에도 기도를 막지 않아 무사히 자연분만 끝에 

태어나 모두를 기쁘게 했다는 장한 아이. 혀 밑에 2개의 종양이 더 발견돼 태어난 지 한 달 무렵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지만 

노래도 잘 부르고, 춤도 잘 췄다는, 말만 들어도 사랑스러운 그 아이는 두 돌 생일이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나라로 갔다. 올해 초의 일이다.

 

큰 슬픔에 빠진 아이의 엄마는 ‘너와 함께 해보고 싶었던 것’이란 제목으로 소소한 19가지를 나열한 글을 올렸고, 아내는 그 글에 댓글을 달았다고 한다.

 

“아이도 엄마랑 하고 싶은 게 참 많았을 거예요. 엄마라고 크게 부르며 달려와 빙글빙글 안기기, ‘엄마 사랑해’라고 써서 

선물하기, 종이접기를 배워서 엄마에게 꽃 접어주기 등등. 그거 안 잊어버리고 이다음에 엄마랑 만나면 하려고 또박또박 글씨를 쓰는 연습도 하고 

즐겁게 잘 지내고 있을 거예요. 열심히 살다, 후회 없이 살다가 훗날 만나세요. 아마 아이가 이만큼 써놓은 거 다 하자고, 같이 하자고 조를 거 같아요. 

하고 싶은 거, 해주고 싶은 거 못 하시는 게 아니라 잠시 미루어 둔 거니까. 꼭 힘내세요.”

 

그리고 한두 달쯤 잊고 지냈는데 댓글 알림이 와서 보니 그 엄마의 대댓글이 달렸다고 한다.

 

“제가 이 댓글을 이제야 봤네요. 눈물이 납니다. 다음에 만나면 꼭 같이 해야겠어요.”

 

이야기를 전해 듣는 내 마음도 뭉클했다.

 

부모만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많은 게 아니라, 아이도 부모에게 주고 싶은 것이 참 많다. 

철없이 레고 놀이를 하는 천진한 아들을 문득 바라봤다. 정말 그랬다. 아이를 키워보니 그랬다.

 

아이는 내가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함께해 줬고, 순수한 언어와 몸짓으로 위로해 그 따스함에 때론 웃고, 때론 울며 치유를 받았다. 

아이는 엄마가 상을 받지 못해 울적해 할 때면 색종이로 색색깔 꽃을 접고, 접고, 접어, 이어 붙인 제 키만 한 트로피를 만들어 ‘대상’이라며 선물하기도 했다.

 

액세서리가 널려있어서 아내에게 잔소리를 했더니, 아이는 엄마에게 레고로 ‘보석 상자’를 만들어줬다. 

엄마는 아빠와 제 생일에 고기가 많이 든 미역국을 끓여준다며, 자랑하다가도 문득 “엄마는 엄마 생일에 엄마가 요리해야 되네”라고 말하더니 미역국을 끓이는 방법을 묻기도 했다.

 

아이를 키우기 전에는 부모의 사랑은 한없이 깊고 끝없이 아낌없이 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를 키워보니 그렇지 않다. 부모는 때론 욕심을 부린다. 때론 조건이 있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은 무조건적이다. 부모는 아이를 통제의 대상으로 보고, 베풀어야 할 대상으로 본다. 

이에 반해 아이는 도리어 부모에게 자신이 가진 많은 것을 조건 없이 내어주려고 한다. 그 조건 없는 사랑이, 때 묻지 않은 언어로 표현하는 위로가, 세상을 사는 힘이 되어 준다.

 

서로에게 서로가 있는 한,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한 결코 혼자가 될 수 없다. 부모와 아이, 아이와 부모. 

우리는 한 팀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큰 위로이며, 사랑이고, 재산이다.

 

“어깨에 기대봐. 진짜 요만한데. 진짜 편해. 진짜 너무 든든해.”

 

아내의 말에 아이의 어깨에 머릴 기대봤다. 한 뼘 밖에 안 되는 

작고 여린 아이의 어깨에 묵직한 내 머리가 얹어질까 싶지만, 살포시 기대어진다. 

마음이 거짓말처럼 편안해진다. 아내의 말을 알겠다. 든든하고 따뜻한 내 삶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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